환경 문제라고 하면 보통 미세먼지, 플라스틱, 기후 변화 같은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환경 문제는 **‘소음 공해’**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 즉 항공기 소음, 선박의 엔진음, 도시의 교통 소리 등이 야생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간과하기 쉽지만, 소음은 동물들의 생존 방식과 번식 성공률에까지 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이 글에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야생동물 소음 공해 – 항공기, 선박, 도시 소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항공기와 도로 소음, 땅 위 동물들의 생활을 바꾸다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 소리는 인간에게도 시끄럽지만, 야생동물에게는 더욱 치명적입니다. 새들은 의사소통과 짝짓기를 위해 울음소리를 내는데, 주변이 시끄러우면 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소통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일부 도시 인근의 새들은 노래하는 음역대를 바꾸거나, 울음 시간을 밤으로 옮기는 행동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는 종 전체의 번식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또한 도로에서 나는 차량 소음도 숲 속 동물들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사슴이나 여우 같은 포유류들은 원래 청각에 의존해 포식자를 피하는데, 도로 소음이 너무 크면 위험을 제때 감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고, 결국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도로 주변에서 발견되는 동물의 사체가 많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소음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바다 속에서 울려 퍼지는 선박 소음
바다는 언뜻 보기에는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이 선박 소음입니다. 대형 화물선이나 유람선, 군함 등에서 발생하는 엔진음과 프로펠러의 회전 소음은 수 킬로미터 이상 전달됩니다. 문제는 바다 속 동물들이 대부분 소리에 의존해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고래를 예로 들어보면, 이들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동료와도 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음파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선박이 지나갈 때 나는 저주파 소음은 고래의 교신 주파수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고래들이 서로를 찾지 못하고, 짝짓기나 사냥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북대서양참고래는 선박 소음으로 인해 의사소통 능력이 70% 이상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돌고래와 같은 소형 해양 포유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음파를 이용해 먹이를 찾는데, 선박 소음이나 해양 개발로 발생하는 진동 때문에 방향 감각을 잃고 길을 헤매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좌초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결국 집단 폐사라는 끔찍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도시의 끊임없는 소리와 야생동물의 적응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의 소음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도시에는 자동차 경적, 지하철, 건설 소음, 심지어는 밤에도 꺼지지 않는 상업지구의 음악까지 다양한 소음이 가득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이미 오랫동안 적응을 시도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비둘기나 참새 같은 도시 새들은 원래보다 더 높은 음역대에서 노래하는 습성을 보입니다. 이는 자동차 소리와 겹치지 않기 위해서인데, 결과적으로 원래의 울음소리가 갖고 있던 번식 신호 기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도심에 사는 개구리 역시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짝을 부르는 울음소리를 점점 크게 내는데, 이는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켜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이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동물들이 오히려 도시 소음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까마귀나 갈매기 같은 새들은 인간의 활동 소리에 익숙해져, 교통 신호를 활용해 먹이를 찾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적응 사례일 뿐, 대다수 동물에게는 여전히 소음이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소음 공해는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환경 문제 중 하나지만, 생태계에는 아주 큰 파급력을 주고 있습니다. 항공기와 도로 소음은 땅 위 동물들의 번식과 생존을 어렵게 하고, 선박 소음은 바다 속 고래와 돌고래의 소통을 방해하며, 도시의 끊임없는 소음은 야생동물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단순히 ‘조용히 살자’라는 차원이 아닙니다. 공항과 도로 건설 시 소음 저감 대책을 세우고, 선박 엔진의 저소음 기술을 개발하며, 도시 내 녹지대를 늘려 완충 역할을 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보이지 않는 소음이라는 위협에서 많은 생명들이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