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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얽힘으로 텔레포트? 양자 순간이동의 진짜 의미

by 머니생활IN 2025. 7. 17.

양자 얽힘으로 텔레포트? 양자 순간이동의 진짜 의미
양자 얽힘으로 텔레포트? 양자 순간이동의 진짜 의미

텔레포트는 공상과학일까, 과학일까?

"순간이동"이라고 하면 보통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에 A 장소에서 B 장소로 ‘퐁’ 하고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장면.
스타트렉, X맨, 마블 영화 같은 데서 흔히 등장하던 장면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은 아직까지 영화 속 상상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양자 순간이동(Quantum Teleportation)’이라는 개념은 실제 물리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실제 과학적인 개념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순간이동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이 통째로 사라졌다가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입자의 ‘정보’가 순간적으로 이동되는 현상이다.
그 중심에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는 독특한 개념이 있다.

양자 얽힘이란, 두 개의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 상태를 말한다.
하나의 입자에 변화를 주면, 다른 입자에도 동시에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그 거리가 수십,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도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두고 "유령 같은 원격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양자 얽힘은 실험을 통해 여러 번 검증되었고, 2022년에는 이 현상을 연구한 세 명의 물리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양자 얽힘을 기반으로, 특정 입자의 정보를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기술이 바로 양자 순간이동이다.

양자 순간이동의 작동 원리: 말장난이 아니다

양자 순간이동은 얼핏 보면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다.
입자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복사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동이 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정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입자의 상태(스핀, 방향, 위치 등)를 다른 B 지점에 있는 입자에 그대로 '복사'하고 싶다고 해보자.
하지만 양자역학에서는 복사가 불가능하다.
양자복제 불가능성이라는 원리 때문이다.
대신, A와 B가 사전에 얽혀 있는 상태라면, A 입자의 정보를 '측정'하고, 이 측정값을 통해 B 입자의 상태를 A와 동일하게 ‘바꿔주는’ 방식으로 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다.
이게 바로 ‘순간이동’이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A 입자는 원래의 상태를 잃는다는 것이다.
즉, A 입자의 정보가 소멸하고, B 입자에 재현되는 것.
정확히는 ‘전송’이 아니라 ‘복원’ 혹은 ‘재구성’에 가깝다.
이 과정은 일반적인 통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며, 중간에 제3자가 정보를 가로채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 기술이 왜 중요한지는 양자 컴퓨터나 양자 네트워크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하고 강력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만큼 데이터의 보안과 전송도 민감하다.
여기서 양자 순간이동은 오차 없이 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로 여겨진다.

실제로 2020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가 22킬로미터 거리의 광섬유를 통해 양자 순간이동을 성공시켰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실험을 넘어서, 미래의 통신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사람도 언젠가는 순간이동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가장 궁금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 언젠가는 인간도 순간이동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은 단순한 입자가 아니라 약 37조 개의 세포, 그 안의 수천억 개의 분자와 원자, 그리고 복잡한 신경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양자 순간이동은 하나의 입자나 광자의 정보를 이동시키는 데만도 엄청난 정밀함이 필요한 기술이다.
그런데 사람 전체를 순간이동시키려면, 몸 안의 모든 입자를 하나하나 측정하고 그 정보를 저장한 뒤, 동일한 상태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건 현재 기술로는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둘째, 정보의 양이다.
예를 들어 사람 한 명을 완벽히 순간이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양은, 어떤 계산에 따르면 **10^28 비트(10의 28제곱)**를 넘어선다고 한다.
이 정도 데이터는 현재 지구상의 모든 저장장치를 총동원해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정보를 전송하는 데만 수천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윤리적 문제도 있다.
양자 순간이동은 원본이 파괴되고 복제본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순간이동 후의 나는 ‘나’일까? 아니면 '나를 복제한 또 다른 존재'일까?
자아와 의식의 연속성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인간의 순간이동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서, 양자 순간이동 기술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기술은 양자 인터넷, 초고속 보안 통신, 양자 컴퓨터 간 정보 연결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실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고전물리학의 틀 안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그 틀을 무너뜨리는 개념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양자 얽힘’이나 ‘양자 순간이동’ 같은 개념들은 처음 들으면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실험실 안에서 구현되고, 지금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발전시키고 있는 현실의 기술이다.

비록 우리가 영화처럼 사람을 순간이동시킬 수는 없지만, 정보의 세계에서는 그 첫걸음을 이미 내디뎠다.
누군가의 말처럼, 미래는 상상하는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상은 때로, 양자처럼 순간적으로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