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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산호초 백화현상의 실태

by 머니생활IN 2025. 8. 4.

바다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산호초 백화현상의 실태
바다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산호초 백화현상의 실태

바다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산호초 백화현상의 실태

푸른 바다 속, 수많은 해양 생물이 의지하던 산호초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요. 최근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6년 만에 다섯 번째 백화현상을 겪었습니다. 산호가 죽어가면서, 그곳을 터전 삼던 물고기와 해양 생물들도 터전을 잃고 떠나야 했습니다. 이건 단지 ‘경관이 안 좋아졌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산호초는 바다 생물의 약 25%가 서식하는 '바다의 숲'입니다. 그런데 수온이 올라가면 산호는 자신과 공생하던 조류(조속말라 같은 미세조류)를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그 결과 산호는 하얗게 색을 잃고, 결국 죽어갑니다. 이게 바로 ‘백화현상(bleaching)’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그 원인이죠.

특히 2024년부터 2025년 초까지는 전 세계적인 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며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1~3도 이상 높아졌습니다. 언뜻 보면 작아 보이는 이 수치가 산호에게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며칠간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자주 반복되면 결국 회복할 기회조차 없이 죽어버리는 것이죠.

백화현상은 결국 우리의 문제다: 생태계 붕괴와 인간의 연결고리

“산호가 죽으면 바다 전체가 위험해진다.” 이 말이 단순한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먹는 해산물, 마시는 물, 그리고 태풍과 해일에 대한 방어선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우선 해양 생태계의 기초가 흔들립니다. 산호초는 어린 물고기의 산란장소이자 은신처입니다. 그런데 산호가 사라지면 작은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그 물고기를 먹는 큰 물고기도 줄어듭니다. 결국 어업 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태평양 섬 국가들의 경우, 수산업 의존도가 높아 산호 백화로 인해 생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선' 역할입니다. 산호초는 바다에서 오는 파도를 완충시켜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산호가 죽으면 파도의 충격이 그대로 해안까지 전달되면서 침수와 침식 피해가 커집니다. 이상기후가 잦아진 요즘 같은 시기에 해안 도시나 섬 지역이 받을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순히 해양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면, 지구의 탄소 순환 구조도 위협을 받습니다. 즉, 산호초가 사라지면 지구의 온도 상승이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죠.

산호를 지키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들

물론 손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산호 보호를 위한 다양한 실험과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 정부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보호를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과학자들은 내열성 산호 종을 인공배양하거나, 백화현상에 강한 산호를 선별해서 이식하는 방법으로 생태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지로 유명한 몰디브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해양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산호 이식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들 지역은 산호초 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만큼, 환경 보호가 곧 경제 안정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해양 친화적인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산호 보호에 도움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지만, 일반 자외선 차단제에 포함된 옥시벤존 같은 화학물질이 산호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reef-safe sunscreen'이라는 라벨이 붙은 제품이 점점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 연안의 연산호 군락 보호를 위한 연구와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국가 산호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역 단위의 시민단체들도 연안 생태계 복원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산호초가 기후변화에 맞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대응 없이 손 놓고 있다면, 언젠가 바다는 ‘푸른 사막’으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바다 생물의 문제이기 전에, 결국 인간의 생존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는 걸 잊지 않아야겠죠. 한 번 죽은 산호는 수십 년이 지나야 겨우 회복됩니다. 그만큼 지금의 한 걸음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