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쓰는 ‘인터넷’은 공짜가 아니다
요즘 대부분의 생활은 ‘클릭’ 하나로 이어집니다. 유튜브를 틀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검색하고, 업무 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까지. 그런데 이 간편함 뒤에는 어마어마한 전력이 소비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실 인터넷은 마치 공기처럼 무료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서버들이 24시간 돌고 있습니다. 이 서버들이 있는 곳, 바로 ‘데이터 센터’가 요즘 환경 논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현대 문명의 ‘뇌’이자 동시에 ‘발열기’인 셈이죠.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데이터 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은 전체 전력 소비의 약 3% 수준인데, 문제는 이 비율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AI 학습과 메타버스, 고화질 스트리밍처럼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처리하려는 인프라도 끝없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전기만 쓰는 게 아니다: 냉각 시스템의 에너지 낭비
많은 분들이 ‘데이터 센터면 전기 많이 쓰겠지’ 정도로만 생각하시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수많은 서버들이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이 또 다른 전력 소비의 주범입니다.
한 데이터 센터의 내부 온도는 그냥 두면 5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대형 냉각 장비를 돌려야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요, 이때 사용되는 물과 전기의 양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히 일부 국가는 이 냉각을 위해 지하수나 지표수를 끌어다 쓰는데, 이게 또 지역 수자원 고갈 문제로 이어지고 있죠.
예를 들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 센터가 지역 물 소비량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환경 단체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전기는 물론, 물 자원까지 ‘디지털 문명’이 잠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많은 데이터 센터들이 여전히 석탄이나 가스 기반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재생에너지를 쓰려는 시도도 있지만, 막상 상용화 단계에서 안정성과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환경 데이터 센터, 가능할까?
그렇다면 데이터 센터의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완전히 서버 사용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친환경 기술’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첫 번째는 냉각 방식의 혁신입니다. 최근에는 물 대신 외부 자연 바람을 이용한 ‘자연 냉각’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는데, 실제로 페이스북은 스웨덴 루레오 지역에 이런 방식의 데이터 센터를 지었습니다. 이곳은 북극에 가까워 연중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 냉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췄습니다.
또 하나는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10대 서버로 처리하던 작업을 지금은 3~4대 서버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AI를 이용해 서버 부하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관리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효율을 높이면 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더 적은 자원을 쓸 수 있죠.
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해결책은 역시 에너지 전환입니다. 태양광,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서버를 돌리는 방식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2030년까지 자사 데이터 센터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말만이 아니라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이를 실행 중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은 이제 없어선 안 될 존재이지만, 그 이면의 문제도 함께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재생 버튼’ 하나가 지구의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디지털 생태계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기업뿐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인식도 조금씩 달라져야겠죠.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늘어나는 데이터 소비, 이제는 그 그림자도 함께 들여다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