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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기후가 바꾸는 밥상: 작물 재배 변화와 다가오는 식량 위기

by 머니생활IN 2025. 7. 25.

극한 기후가 바꾸는 밥상: 작물 재배 변화와 다가오는 식량 위기
작물 재배 변화와 다가오는 식량 위기

기후가 달라지니 밭도 달라진다

지구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한여름에도 선선했던 지역에서 폭염이 이어지고, 사막에 가까운 나라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이런 날씨의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가 바뀌면 자연스레 농작물의 재배 환경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유럽 일부 지역에선 올리브 나무가 점점 자라지 못하고 있다. 대신 북유럽에서 올리브 재배를 시도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아열대 과일들이 이제는 전라남도, 경상남도 일대에서도 본격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망고, 파파야, 바나나 같은 작물이 우리 밭에서 자라는 게 더 이상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긍정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밥상을 책임지던 작물들이 기후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수확량이 줄고 있다. 벼, 고추, 배추 같은 주요 작물들은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결국 이는 수확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작물 이동, 농민의 고통은 누가 책임지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는 곧 생계 위기다. 재배하던 작물이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되면, 단순히 다른 작물로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토양을 바꾸고, 새로운 농기계를 들이고, 재배법을 다시 배우는 등 초기 투자와 시행착오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아열대 작물은 시장 유통망이나 판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산 이후에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기후 적응 작물 개발에 힘쓰고 있다지만, 현장과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특히 고령 농업인이 많은 현실에서 작물 전환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벼농사만 30년 지은 농민에게 갑자기 파인애플을 재배하라고 하면, 그게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일까.

또한, 농업은 단지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지역 특산물과 그에 얽힌 전통문화까지 흔들릴 수 있다. 강원도 감자, 이천 쌀, 고창 수박처럼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 작물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농작물의 이동은 곧 지역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농사 잘 되는 작물로 바꾸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식량 자급률 붕괴와 다가오는 위기

기후 변화는 글로벌 식량 체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0%도 되지 않는다.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곡물과 채소, 과일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극한 기후로 인해 해외 수출국들도 수확량이 줄고,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식량 위기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2년과 2023년, 인도와 베트남은 기후 악화로 쌀 수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제한한 적이 있다. 한국처럼 쌀 외에는 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 서민들의 식탁부터 타격을 입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달걀, 채소, 밀가루 가격이 들쑥날쑥한 것만 봐도 그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제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마다 기상이변이 반복되고 있고, 과학자들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농업과 식량 문제는 기후 위기의 가장 현실적인 ‘결과’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제는 정부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식량 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로컬푸드 소비를 늘리고, 도시농업이나 스마트팜 같은 기술적 대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기후 위기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먹거리 문제’로 인식하는 전환도 필요하다.


요즘처럼 먹거리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시대엔 ‘밥상’이 곧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농업이 흔들리면 모든 게 흔들립니다. 작물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하지만, 이제 그 뿌리가 갈 곳을 잃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할 건 단순한 식단이 아니라, 기후를 바라보는 관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