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워진 달 탐사, 이번엔 ‘자원’이다
예전에는 달 탐사라고 하면 그냥 국위선양의 상징 같았다. 누가 먼저 가느냐, 깃발을 꽂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달을 둘러싼 분위기는 한마디로 "자원 전쟁"이다. 특히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을 시작으로, 중국, 러시아, 심지어 한국까지 가세하면서 달을 두고 새로운 냉전 비슷한 기류까지 감지된다.
왜 하필 달일까? 일단 가까운 천체라는 점이 크다. 기술적으로 화성보다 훨씬 접근이 쉬운 데다, 달의 극지방에는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물은 단순한 생존 자원이 아니다.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와 산소로 나뉘면, 이건 곧 로켓 연료가 된다. 다시 말해, 달은 앞으로의 우주 탐사의 중간 기착지이자 주유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주목할 자원은 헬륨-3(He-3). 이 물질은 핵융합의 차세대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데, 지구에는 거의 없지만 달에는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미래 에너지 산업에 판을 흔들 수 있는 요소라면,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정말 중요해진다.
이러다 보니, 각국은 단순 탐사가 아니라 "채굴 기반 구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민간 기업까지 달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이 그리는 달 자원 지도, 어디까지 왔을까?
가장 선두에 있는 건 단연 미국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 실제로 오리온 우주선과 SLS 로켓 같은 기술도 빠르게 진전 중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뒤다. NASA는 아르테미스 이후에 지속가능한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기 방문이 아닌, 상주를 염두에 둔 ‘달 거주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다.
반면 중국은 ‘창어’ 시리즈 탐사선을 앞세워 조용히 실속을 챙기고 있다. 특히 달 뒷면 착륙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기술력을 입증했고, 앞으로는 자원 탐사와 시료 채취 임무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 인도, 일본 등도 자국 우주기술을 앞세워 달 착륙을 노리고 있으며, 한국의 KPLO(다누리) 프로젝트 역시 그 흐름에 들어와 있다.
이 와중에 주목할 건, 민간 우주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물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심지어 일본과 독일의 스타트업들까지 달 자원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서, 상업적 채굴, 광산 설치, 화물 운송 네트워크 구축 등을 구상 중이다.
과거처럼 국가 주도의 탐사가 아닌, '우주 자원 사업화'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그 무대는 바로 달이 된다.
법은 준비됐나? 우주는 누구의 것도 아닌데…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달에서 자원을 캐는 게 과연 합법일까? 실제로 달이나 우주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고 국제법은 말한다.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따르면, 달을 포함한 모든 천체는 인류 전체의 유산이며, 어떤 나라도 그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애매한 회색지대가 있다. "소유권은 안 된다"는 말은 있지만, "채굴해서 쓰는 건 안 된다"는 말은 없다.
이를 두고 국가나 기업들이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미국은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통해 달과 우주 자원을 채굴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여기에 동의하는 국가들과 별도의 협약을 맺기 시작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는 이 협정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달 자원을 둘러싼 국제적 기준이나 규칙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은 자기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훗날 자원 충돌이나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게다가 달에 실제로 자원을 채굴할 경우, 생태계 파괴나 외계 환경 훼손 문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달도 지구처럼 보호받아야 하는 환경인가? 우주 탐사에도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과학과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는 우주 윤리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달은 이제 ‘로맨틱한 우주 배경’이 아니라, 현실적인 미래 에너지 자원이자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죠.
이제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우주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대답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하게 될까요. 이 경쟁이 단지 기술력 싸움이 아니란 건 분명합니다.